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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엘이 녹티스에게 개목걸이를 채우게 된 이야기
2023. 10. 7. 20:20w. hakano(@ayakashipho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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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e (※Collar)
녹티스가 당연하게도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고 자신을 찾아와 선물이라며 작은 박스를 안겨주었을 때부터, 자비엘은 본능적으로 그가 무언가를 꾸민다는 인상을 받고야 말 것 같다. 그야 너무나 많은 선례가 존재하고, 녹티스의 종잡을 수 없는 성정이라면 질릴 만큼이나 익히 봐 온 것이기에. 그러나 제 앞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녹티스를 끝내 무시한다면, 그것 또한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할 예상만을 낳을 거라는 확신의 경향에 따라, 자비엘은 상자를 정갈히 가르고, 안의 내용물을 바라보게 되어서. 그리고 안에 있는 것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물건이라서, 자비엘은 잠시간 침묵을 지키고 대신 녹티스가 입을 여는 것이다. 왜, 자비. 이런 선물은 마음에 들지 않아?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동물이 착용하기에는 사이즈가 애매하게 작은, 리드줄이 이어져 있는 목갑이다. 그것을 자비엘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제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는 녹티스의 움직임에 조금 놀라버려서, 그가 자신의 손을 포개어 자비엘의 손에 목갑을 쥐여준 후, 그 손을 한편 자신의 목으로 가져다 대는 움직임을, 자비엘은 퍽 불신의 눈으로 보고있을 것 같다. 싫어? 왜? 눈에 보이는 계약,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아? 녹티스의 말에 자비엘은 한숨을 쉬고, 그 사이에 녹티스의 목에는 자색의 개목걸이가 채워지고야 만다. 그대로 녹티스는 이제 리드줄을 자비엘에게 건네고, 웃으며 읊조리는 것이다. 죽은 동물을 다루는 실력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살아있고 변덕스러운 동물은 잘 다룰 수 있어? 나름대로의 도발이었을까. 자비엘은 그럼에도 대답 없이 가만히 리드줄을 잡고 있다가, 일순 그것이 팽팽해지도록 손잡이를 잡고 뒤로 당겨버렸으면 한다. 아주 조금, 가학심의 스위치가 눌린 결과로써. 녹티스가 착실하게 켁켁거리며 색이 다른 두 눈을 자비엘에게 향하면, 역시나 색이 다른 두 눈에, 그 망막에 꼴사나운 모습이 확실하게 얽혀들었다. 아, 무리. 정말로 이 이상은, 목뼈가 부러지거나 숨을 쉴 수 없거나 할 텐데……. 물론 그것에서 녹티스가 공포를 느낀 것은 아니었고, 되레 그것은 마조히즘적인 취미의 발산에 가까웠을 터다. 그 기침 소리에 자비엘은 놀라 리드줄을 놓쳤고, 그것은 대리석 바닥 위에 떨어져, 시끄러운 금속성의 소리를 냈다. 선물, 이제는 마음에 들지? 녹티스의 어조는 분명 부드러웠으나, 자비엘은 스스로가 품고 있는 반사회적인 기질에 환멸을 느껴, 녹티스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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